<원직복직과 휴업수당이라는 이름의 허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진의를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소신에 따를 것입니다. 그런데 반복된다는 의미에 담긴 숨은 의미는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역사는 직진한다, 즉 시간은 직진하기에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한 역사라 하더라도 그 역사적 사건들 자체는 별개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생사부터 세계사까지 모든 역사는 직진합니다. 실은 그것이 비가역적인 자연계의 이치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고안해 낸 법률은 소급이라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과거에 행하여진 역사적인 사건을 마치 그 사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을 가정하여 법률적 평가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재판이라는 것은 과거의 것을 재구성하여 그 정당성을 따지는 것입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유행가가 있듯이, 과거를 들춰내서 잘잘못을, 더군다나 증거에 따라 가려내는 것은 고역입니다. 숨기고 싶은 과거라도 남김이 없이 가려내는 것이 재판의 가혹한 속성입니다.
○노동법도 법의 영역이기에 소급이라는 법현상이 등장합니다. 소급이라는 법현상이 현저한 것은 부당해고의 국면입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관철하자면 부당해고시점 이후부터 근로를 하지 않았기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부당해고의 시점으로 소급하자면 잘못이 없거나 해고까지는 가능하지 않은 잘못으로 과도한 해고처분을 당했기에 임금을 받지 못한 사유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임금’이 아니라 ‘임금상당액’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부당해고시점으로 소급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돈을 지급하라는 의무를 부과합니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 그런데 근로자는 부당해고시점 이후에도 밥벌이를 해야 합니다. 저축한 돈으로 살 수도 있지만, 힘이 남아 있기에 그냥 놀 수만은 없고 부양가족이 있다는 등의 사유로 다른 직장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부당해고시점까지 ‘임금상당액’을 받는 부당해고 근로자가 다른 직장에서 근무를 하여 ‘임금’을 받는 경우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바로 이 상황에서 코로나19사태로 각광(?)을 받던 근로기준법 제46조의 휴업수당이라는 노동법령 중에서는 비교적 조연급배우가 주연급배우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부당해고라는 법현상은 휴업수당의 상황, 즉 사용자가 귀책사유로 근로자를 휴업하게 한 상태라는 법현상과 같다는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대법원은 1991. 12. 13. 선고 90다18999 판결에서 부당해고된 근로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해고기간중의 임금액 중 위 휴업수당의 한도에서는 이를 중간수입공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을 하는 근로자라 하더라도 평균임금의 70%는 받을 수 있는 근로자인데, 부당해고된 근로자라면 비록 다른 직장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최소한 평균임금의 70% 이상은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당해고를 당했기에 다른 직장에서 근무할 기회를 받은 근로자가 다른 직장에서 근무를 해서 받은 임금을 법률용어로 ‘중간이득’이라 합니다. 중간이득의 공제는 손해배상법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휴업수당이라는 법적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근로자와의 형평상 중간이득을 공제하더라도 평균임금의 70%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그 액을 임금상당액에서 공제하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결론입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부당해고시점으로 소급하는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단이 있으면 임금상당액이라는 법현상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고, 호구지책으로 다른 업종에서 생계를 꾸렸다면 임금상당액을 얼마나 줘야 하는가의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0조(구제명령 등) ① 노동위원회는 제29조에 따른 심문을 끝내고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여야 하며, 부당해고등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정하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판정, 구제명령 및 기각결정은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각각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③ 노동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해고에 대한 구제명령만을 말한다)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原職復職)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④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가 원직복직(해고 이외의 경우는 원상회복을 말한다)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금품(해고 이외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에 준하는 금품을 말한다)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민법> 제538조(채권자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 ①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도 같다. ② 전항의 경우에 채무자는 자기의 채무를 면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때에는 이를 채권자에게 상환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고된 근로자는 그 기간 중에 노무를 제공하지 못하였더라도 민법 제538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에 근로자가 자기의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있을 때에는 같은 법 제53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이를 사용자에게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에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얻은 수입은 근로제공의 의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이라고 할 것이므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위의 이익 (이른바 중간수입)을 공제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38조는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휴업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휴업기간 중 당해 근로자에게 그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의 휴업에는 개개의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사에 반하여 취업이 거부되거나 또는 불가능하게 된 경우도 포함되므로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고된 경우에도 위 휴업수당에 관한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 근로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해고기간중의 임금액 중 위 휴업수당의 한도에서는 이를 위 '다'항의 중간수입공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그 휴업수당을 초과하는 금액범위에서만 공제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12. 13. 선고 90다18999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