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조의 게릴라파업과 노조의 영향력>
○파리올림픽이 역대급으로 저조한 시청률을 남기고 폐막했습니다. 경기 자체보다 부수적인 이슈가 더 뜨거웠던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김없이 각국의 종합순위가 각 언론에서 뜨겁게 경쟁보도를 했던 점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문득 오래전에 친구와 술자리에서 올림픽의 종합순위를 두고 벌였던 언쟁이 생각났습니다. 올림픽의 종합순위는 IOC가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것이며, 금메달순위(참고로, 서양 언론에서는 토탈메달순으로 정함)로 정한다는 것이 제 친구 주장의 요지였습니다. 당초부터 참가에 의의가 있는 것이 ‘올림픽 정신’인데, 종합순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저는 반박을 했습니다.
○당시 언쟁을 벌인 친구는 마침 지방대 출신이었는데, 별안간 화를 내더니 눈물까지 글썽이며 반박을 했습니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는데, 그 친구의 항변의 요지는, ‘모든 언론에서 종합순위를 내는데, 그 많은 언론사가 ’엉터리 보도‘를 할 리가 없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서울대 출신이라고 모두 잘 아는 것은 아님에도, 지방대 출신이라는 열등감에 더해져서 친구는 저에게 엄청나게 상처를 받았나 봅니다. 지금도 미안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올림픽의 종합순위가 뭐길래! 아무래도 스포츠행사이며, 더욱이 금, 은, 동메달이 존재하며, 그 메달의 가치를 합한 종합순위가 존재한다고 믿을 개연성 자체가 크며, 전 세계 모든 언론사가 메달순위(Medal Tracker)를 보도하기에 자연스럽게 국가 간의 종합순위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올림픽에는 ‘종합순위’ 라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메달의 근거는 당연히 올림픽헌장(Olympic Charter)입니다. 올림픽헌장에서는 각 국가별로 올림픽조직위원회(NOC)를 조직하여 그 나라를 대표하는(Representing) 선수를 선발하여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개최 자체는 도시단위이지만, 개최국 차원으로(NOC) 올림픽 대회가 치러지기에 실질은 국가차원의 행사입니다. 올림픽헌장의 해석만으로도 국가차원의 경쟁임은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의 화합(오륜기의 상징)과 각국 선수들의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의 목적을 보면, 종합순위 자체는 올림픽 정신에 반합니다. 실제로도 올림픽헌장(https://stillmed.olympics.com/media/Document%20Library/OlympicOrg/General/EN-Olympic-Charter.pdf)에도 당연히 종합순위가 없습니다. 실은 있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올림픽헌장은 메달만을 규정할 뿐, 종합순위는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경기의 구조적 특성에 더하여 언론의 영향력이 올림픽의 종합순위제가 당연히 존재한다고 소박한 시민들도 믿는 것입니다. 제 친구의 믿음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서 언론의 막강한 영향력을 주목합니다. 모든 언론이 종합순위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에, 일종의 ‘양치기 효과’처럼 종합순위가 당연히 존재한다고, 전 세계의 대다수 시민이 믿었던 것입니다. 언론에 대한 소박한 시민의 신뢰성에 기반한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래 힘이라는 것은 신뢰에 기반한 것인데, 모든 언론이 그렇게 보도하니 종합순위를 ‘당연한 것’으로 인지한 것입니다.
○언론의 힘은 노동조합의 힘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파업’이 회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된다면, 노동조합의 파업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절대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절대반지는 단연 조합원의 숫자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광복절을 포함한 징검다리 연휴인 15~18일 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력하다면 이 파업은 삼성전자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조합원의 정확한 숫자는 물론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기업은 조합원의 숫자, 즉 노조원 숫자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의 활동인지라 완벽한 보안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기사> 속의 파업은 그리 큰 반향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기사>에서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선 전삼노가 지난달 25일간 파업 후 현업에 복귀(1일)한 지 보름 만이다.’라는 것을 보면, 이미 파업전력이 있었지만 대다수 국민은 파업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현대중공업 등 강성노조가 존재감을 과시한 것은 인원수에서 비중이 크고, 파업 시에 생산에 차질이 있는 경우였습니다. 과거 금융노조의 파업은 금융전산화 때문에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이렇게 영향력에 따라 그 존재감이 달라집니다.
<기사>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광복절을 포함한 징검다리 연휴인 15~18일 파업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선 전삼노가 지난달 25일간 파업 후 현업에 복귀(1일)한 지 보름 만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는 13일 조합원들에게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파업에 돌입한다며 일자별·근무형태별 파업 지침을 내렸다. 15일 휴일근로 거부를 하고, 이후 변형교대, 4조3교대, 자율출퇴근제 등 근무형태에 따라 파업 근태 또는 휴일근로 거부에 나서는 방식이다. 전삼노 집행부는 이날 유튜브 생중계 방송을 통해 "샌드위치 연휴 기간에는 오피스 인원이 많이 휴가를 가기 때문에 (생산) 라인에서 교대제 근무자가 빠져도 오피스에서 지원이 힘들 것"이라며 "짧은 기간이지만 사측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의 파업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회사를 괴롭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17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