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의 권한남용과 손해배상>
○한국 노조의 역사에서 뺄 수 없는 단어가 ‘어용노조’입니다. 노동조합이 한국의 민주화 진정, 노동자 권리의 증진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흑역사로서 어용노조의 활동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하여야 할 점입니다. 어용노조가 노동자의 권리를 배신한 대표적인 영역이 단체교섭에서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점입니다.
○다음 ‘월간노동법률’의 기사를 보면, 노조위원장이 노조총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야합하여 ‘상여금 폐지’를 내용에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불법행위를 인정하여 1인당 30만원의 위자료를 인용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중에 원고 측, 즉 노조원을 대리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노조위원장이 노조총회의 결론에 반하는 단체교섭체결권한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였기 때문입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29조 제3항은 노조위원장의 권한을 축소하여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에서만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노조총회에서 반대한 내용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권한 범위를 넘었기 때문에 당해 단체협약 자체가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계약법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이지 불법행위법을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것이 아닙니다. 또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도 이행배상, 즉 상여금상당의 전 손해를 청구하면 되는 사안입니다.
○원고 측 변호사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은 절차적 위법에 대한 것으로서 ‘상여금 폐지’에 대한 것은 실체적 위법에 대한 것이지 절차적 위법에 대한 것도 아닙니다. 이 판결을 이해하려면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 제3항의 전신인 구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의 노조위원장, 즉 노조대표자의 권한을 규정한 ‘교섭할 권한’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쟁점이 된 사안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 사안은 노조위원장이 노조총회의 결의와는 달리 사용자의 이익에 충실하게, 즉 어용노조 위원장으로 변신(?)하여 사용자와 야합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안의 효력에 대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노조총회를 빌미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하면 단체협약을 무한반복할 폐단을 우려하여 비록 노조위원장의 권한남용이 있더라도 유효한 것으로 보자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어용노조의 기승을 대법원이 승인해 줬다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0. 1. 1.에 문제의 조문을 개정하였습니다. 노조위원장의 권한을 축소하여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만 권한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강행규정이므로, 그 권한을 넘은 것은 당연히 무효라고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노조대표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당해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을 확인할 법적 의무를 간접적으로나마 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노조대표자의 권한을 축소한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노조대표자의 권한을 축소한 의미가 사라집니다.
○이 사안으로 돌아와 보면, ‘상여금 폐지’는 노조총회의 내용에 반하는 것이므로, 당해 노조위원장은 위법하고 무효인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당해 단체협약 이전의 상태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노조위원장과 사용자는 공동불법행위자이자, 계약의 이행이익의 배상주체로서 부진정연대채무로서 상여금 전액을 노조원들에게 배상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조합원 총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상여금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임금 협약을 체결한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민사부(재판장 김승곤)는 지난 2월 17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K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위원장 A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조합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조합은 K사와 2018년 6월부터 단체협약 및 임금형정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 600%의 상여금을 분할지급하는 '상여금 규정'의 폐지를 두고 교섭을 진행됐으며, 결국 노조는 2018년 11월 조합원 총회에서 폐지안을 투표에 부쳤지만 부결 됐다. 그런데도 위원장 A는 10월, 임의로 K사와 단체협약 상여금 규정을 폐지하는 '2018년 정기임금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A에게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7&in_cate2=1049&bi_pidx=32020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 ①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② 제29조의2에 따라 결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 한다)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③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개정 2010. 1. 1.> ④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제3항에 따라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노동조합이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자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섭할 권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의 권한 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한다. 나.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위 법 제33조 제1항의 취지에 위반된다. (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