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개최의무위반죄와 실효성>

방랑시인 2025. 5. 9. 10:28
728x90
반응형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ignorantia juris non excusat)’

 

로마가 위대한 두 가지가 있는데, 현대 건축공법의 토대가 된 큰크리크공법을 정착시킨 것이 그 하나이고, 법률을 체계화시킨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모두 현대문명의 기초를 구축한 위대한 업적입니다. 로마의 신전과 콜로세움 등 거대 건축물은 모두 콘크리트에 의하여 축조되었고, 아직까지 그 위용을 과시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로마의 법률체계는 현대 법률의 기틀이며, 기원전의 고대 로마인들이 완성한 사실은 더욱 놀라운 일입니다.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로마는 법치국가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로마에서 형성된 법률격언 중의 하나가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로마에서도 법정이 있었고 형벌이 존재했습니다. 그 시절에도 죄를 지은 시민이 상투적으로 하는 변명은 잘 몰랐어요!’였습니다. 법률을 몰랐다고 무죄를 선고하면 그 누구도 유죄를 선고받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로마시대부터 법률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에서도 이 법률격언은 통용됩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바지의 항변이라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지인이 부탁을 해서 도장을 찍어주면 얼마 후에 검찰과 법원이 범죄의 낙인을 찍는 것이 바지의 항변입니다. 바지노릇을 했다고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법률체계는 로마보다 수백배 복잡합니다. 본인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다고 강변할 수 있지만, 법이라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법원조직법에는 다른 관공서와 다른 규정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법원도서관이라는 조직입니다. 법률이 워낙 많기에 판사들도 그 법률을 이해할 수 없기에 판사들에게 공부해서 판결하라는 취지로 도입된 것입니다. 판사는 법을 전부아는 것이 아니라 법률을 이해하는 툴을 연마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에게는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의 효력을 유지하려면 법률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적용하여야 합니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온갖 법률과 마주칩니다. 그 많은 법률을 전부 지키면 좋지만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다음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의 사업주 중에서 근참법상의 노사협의회의의 정기회의를 평소에 염두에 두는 사업주는 거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며 수익을 증대하고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것이 사업주의 본능입니다. 실은 슘페터가 지적한 기업가정신이란 혁신을 통하여 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지 노사협의회를 통하여 기업의 평화를 이룩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각종 기업관련 서적 중에서 노사협의회가 중요하다는 서적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근참법은 정기회의의 개최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합니다. 노사협의회의 정기적 개최는 비현실적이기에 대부분 서류로만 회의를 가장합니다. 근로자도 예비군훈련처럼 귀찮고, 사용자도 귀찮은 것이 노사협의회입니다.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업주가 태반입니다. 그러나 법률은 이를 강제합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5. 5. 1. 20252059 판결)은 비현실적 판결이자 소박한 시민은 그 존재 자체를 잘 모를 수도 있는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미개최죄에 대한 판결입니다. 피고인인 사업주, 즉 노사협의회 의장은 다분히 상식적인 항변을 합니다. 노사협의회도 회의인데 안건자체가 없으면 개최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지극히 상식에도 부합한 항변입니다. 대법원은 노사협의회는 협의 사항, 의결 사항 등에 관한 구체적 안건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정기회의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으며,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를 형법 제16조에 구현한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는 피고인의 항변은 피고인에게 노사협의회 정기회의미개최의 고의가 인정되고,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법리적으로는 대법원의 결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참으로 공허합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12(회의) 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야 한다.
협의회는 필요에 따라 임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32(벌칙) 사용자가 제12조제1항을 위반하여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지 아니하거나 제26조에 따른 고충처리위원을 두지 아니한 경우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이라고 한다)은 제12조 제1항에서 노사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2항에서 노사협의회는 필요에 따라 임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여야 하는 정기회의와 필요에 따라 개최할 수 있는 임시회의를 구분하고 있다. 근로자참여법 제20조 제1, 21조는 노사협의회의 협의 사항의결 사항을 규정하고, 근로자참여법 제22조 제1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정기회의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1),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에 관한 사항(2),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3), 기업의 경제적ㆍ재정적 상황(4)’을 성실하게 보고하거나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나아가 근로자참여법은 사용자가 정기회의에서 근로자참여법 제22조 제1항에 따른 보고와 설명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근로자위원은 보고 및 설명 사항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사용자는 그 요구에 성실히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22조 제3),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위 자료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31).
위와 같은 근로자참여법의 관련 규정과 노사협의회가 근로자와 사용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기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법 제20조 제1, 21조의 협의 사항’, ‘의결 사항등에 관한 구체적 안건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참여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정기회의를 개최하여야 하고, 사용자는 정기회의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에 관한 사항,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 기업의 경제적ㆍ재정적 상황을 성실하게 보고하거나 설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5. 5. 1. 20252059 판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