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위반죄와 양벌규정>
○행정형벌은 상당수가 양벌규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양벌이란 글자 그대로 행위자와 그 행위자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 등에 부과하는 형벌을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일타 양피’로 양 당사자가 처벌을 받는 규정입니다. 당연히 형벌이 과도하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습니다. 또한 헌법상의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시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구 노동관계법상의 양벌조항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2018. 4. 11 2017헌가30판결).’라고 판시하여 위헌성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양벌규정 자체가 위헌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법인이란 관념상의 존재이며, 현실에서는 사람이 활동을 합니다. 법인의 행위 중에서 대표자나 법인의 대리인이 행한 행위는 당연히 법인 자체에 귀속이 되며, 이 법인에 대한 형벌은 위헌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도 양벌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115조 단서 소정의 ‘사업주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와 같이 면책사유가 규정된 경우를 불문하고 형벌에 처하는 것이 위헌인 것입니다(위 헌법재판소 판결의 논거).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법인 사업체인 경우에 근로계약의 당사자는 법인과 근로자입니다. 법인 사업체가 임금체불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처벌의 대상은 대표자 개인이라는 점입니다. 이 경우에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및 근로기준법 제36조의 해석상 체불임금의 청산의 주체는 법인 사업체입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체불임금의 청산은 법인 대표자의 행위에 의하여 집행됩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의 ‘징역형’은 사람에게 부과되는 것이며, 법인 사업체에게 부과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제115조의 양벌규정의 해석론을 일관하자면 법인의 대표자가 아닌 사람도 처벌의 여지가 있으나, 실무에서는 법인의 대표자만 처벌을 합니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실무자 외에 법인 사업체 자체를 처벌합니다. 여기에서 대법원은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의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라고 판시하여 법인을 처벌하는 경우에는 책임주의 원칙의 준수를 요구합니다.
○대다수의 행정형벌상의 양벌규정은 법인 대표자와 비대표자를 구분하여 후자의 개인적인 범죄행위를 벌하는 외에 법인 자체를 벌하는 경우에는 법인이 당해 범죄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는가 여부가 관건입니다. 즉 책임주의 원칙이 관철이 됩니다. 법인 대표자가 행한 행위는 법인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기준법상의 금품체불죄와 같이 자연인의 형벌을 예정한 경우에는 양벌규정은 원칙적으로 대표자 개인만 처벌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제2항제2호, 제56조, 제65조, 제72조 또는 제76조의3제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제2항제2호 또는 제5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제115조(양벌규정) 사업주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해당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제107조, 제109조부터 제111조까지, 제113조 또는 제114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사업주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사업주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결>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23조 제1항에서 사업주의 안전상의 조치의무를 규정하면서 제71조에서 사업주가 아닌 자에 의하여 위 법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2]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8조 제1호, 제29조 제2항에 정하여진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은 사업자임이 규정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나, 한편 위 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관리감독자를 포함한다)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7조 내지 제7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자나 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자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 [3]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의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