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민감도, 그리고 고용없는 성장>
○정치의 꽃은 선거입니다. 대선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선거를 구체적으로 행하는 투표의 의미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변해갑니다. 1992년 대선에서는 일자리에 대한 공약이 미미했습니다. 정치투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IMF구제금융 이후 이익투표로 그 의미가 약간 변했습니다. 이명박의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에서 헌정사상 보수정당이 석권하는 이변을 낳은 제18대 총선부터 본격적으로 정치투표에서 이익투표로 변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일자리, 세금, 그리고 부동산이 주요 이슈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었습니다. ‘일자리 대통령’을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자리를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기업은 성장의 가능성이 있어야 일자리를 늘리는 것임에도 일방적인 일자리 늘리기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격하게 비난하는 보수언론의 십자포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비판은 부당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에 모든 대통령이 일자리를 늘리려 했던 사실 자체를 외면하는 흠이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지속적으로 하강하고 성장이 고용을 담보하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실은 이렇게 성장이 고용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상은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서양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고 이를 ‘고용없는 성장(growth without employment)’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언론에서 정부를 비난할 때 고질적으로 정부의 무능으로 부각을 시키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인류역사상 최강의 나라 미국에서도 어렵고, 미국을 제치고 세계를 호령한다고 기염을 토하는 중국에서도 어렵습니다. 대안이나 구조적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권을 두들겨 패는 언론의 황당한 비판이 그냥 짜증날 뿐입니다.
○다음 기사는 고용민감도라는 실증적인 분석, 즉 매출 증가율 1%포인트 변화에 대한 고용 증가율의 반응으로 고용없는 성장을 분석한 한국은행의 연구작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용없는 성장은 현실에서 즉각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지구를 질주했지만, 이제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가 점점 내연기관차량을 대체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전기차의 질주는 자동차회사에서 생산직 근로자의 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배달직 등 새로운 유형의 근로자가 증가하지만, 양질의 일자리인지는 의문입니다.
○누구나 고용안정을 누리면서 고액의 연봉을 희망합니다. 그리고 힘이 들 때는 마음껏 연차휴가를 가려고 하고 연말에는 통장에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지구 전체를 둘러봐도 이러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정규공채가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무조건 대통령을 비난하기만 하는데,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그 어떤 대통령, 아니 그 어느 나라의 대통령도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입니다. 남을 헐뜯고 비난만 해서 자신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환경이 변하면 스스로 그 환경에 맞춰야 합니다.
기업 고용 증가율을 종속변수로, 매출 증가율을 주요 독립변수로 한 회귀분석을 이용해 고용 민감도(매출 증가율 1%포인트 변화에 대한 고용 증가율의 반응)를 2014~19년 동안 추정한 결과, 매출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하락)하면 고용 증가율은 0.29%포인트 상승(하락)하는 가운데 이 수준은 최근 들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 민감도를 기간별로 보면 매출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2014~16년에는 0.31%포인트 상승했지만, 2017~19년 중에는 0.2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매출 증가의 고용 창출력 약화 가능성과 매출 감소에 따른 고용 둔화 감소 가능성을 함께 내포한 것으로, 송상윤 과장은 "최근의 고용 민감도 하락은 매출이 증가한 제조업 300인 이상,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의 고용 창출력이 큰 폭 하락한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석에서 2014~16년, 2017~19년 기간 중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매출 증가에 대한 고용 민감도가 0.28%포인트에서 0.13%포인트로 절반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2/02/1368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