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 등 반도체제조업체에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수 조원대의 지원금 지급 약정을 철회한다고 시사하여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전체가 난리가 났습니다. 트럼프의 주장 요지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제조업체가 관세를 두들겨 맞기 싫어서 미국 내에 공장을 설치한 것이므로, 굳이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법률에 근거한 지원금을 신뢰한 제조업체는 자국은 물론 외국의 업체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언동입니다. 만약에 그 지원금이 없다면 삼성전자 등이 굳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필요도 없으며 설사 짓는다고 하더라도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뢰보호원칙(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두1052 판결 등)은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판례에서 인정한 원칙입니다.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금반언칙(Estoppel)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트럼프의 언동은 비난받아야 하며, 삼성전자가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하면 승소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보호되는 신뢰의 가치를 검토하여야 합니다. 즉 보호되는 신뢰란 정당한 신뢰여야 합니다. 특히 법률을 포함한 국가작용이 헌법에 위반한 경우에는 그 국가작용 자체가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아닙니다. 위헌법률심사제도는 그 한도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음은 7만원 고용보험지원금 부정수급을 이유로 2억원의 반환요구의 근거가 된 구 고용보험법 및 그 시행령의 위헌성을 명확히 한 헌법재판소의 판례입니다.
○고용보험법, 하면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실업급여를 연상하는 것이 소박한 시민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법률은 고용보험의 시행을 통한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및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과 향상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제1조). 특히 근로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업주 등에게도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에 따른 각종 장려금이나 지원금,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 등 다양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제20조 내지 제32조). 실제로도 무수히 많은 사업주가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전술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의 사례처럼, 미국에서도 농업, 산업 등 고용분야에 한하지 않고 각종 사업주지원금이 존재합니다. 이는 각국에서 공통적인 현실이며 과거 WTO체제에서 자국민보호를 근거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원금은 ‘공유지(Common Pool Resource)의 비극’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각종 부정수급이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허경영이 갈파한 ‘나라의 도둑놈’이 가장 많이 기생하는 영역이 바로 이 지원금 내지 보조금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구 고용보험법은 물론 현 고용보험법에서는 다양한 부정수급의 방지장치가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부정수급의 방지장치의 정도입니다. 과정에서 사업주 등이 허위의 신고나 허위의 고용관계 등을 성립시켜 지원금을 부정수령할 경우 고용보험의 재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지원금 부정수령행위에 대한 여러 가지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이미 지원된 것의 반환’과는 별도로 ‘지원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아울러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부정수급으로 지급받은 것의 배액상환 등 행정처분으로 가액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후자는 위 조항의 위임에 따른 구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에서는 ‘지원금을 받은 날이나 지급신청을 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지원금의 지급을 제한하는 지급제한기간의 설정 및 그 기간에 지급된 지원금이 있으면 그 반환을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바로 이 조문이 위헌성의 시발점입니다.
○부정수급이 있다고 하여 전체 수급액이 부정수급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위 위헌제청자의 경우에는 단지 7만원의 고용보험지원금 부정수급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7만원의 부정수급이 있다고 하여 2억원이라는 전체 수급액의 반환을 요구한 것이 쟁점입니다. 법률이란 소박한 시민의 눈높이도 맞춰야 합니다. 과도한 입법임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위 판결에서 ‘법률의 위임사항 중 1). ’이미 지원된 것의 반환’은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받은 금액의 회수’를 의미함을 쉽게 예측할 수 있으나, 2). ‘지원의 제한’에 관하여는 일반인으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 어느 기간이나 정도의 범위에서 지원금의 지급이 제한되고 그 지급제한기간 동안 지원받은 금액 중 얼마까지 반환하여야 하는지 그 대강의 내용을 법률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구 고용보험법 제35조 제1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한다고 하여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쯤 되면 고용지원금이 아니라 고용협박금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부정수급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전체를 부정수급으로 추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환범위를 제한했어야 합니다. 위헌판결에 따라 구 고용보험법의 내용은 개정되었습니다.
<구 고용보험법> 제35조 ① 노동부장관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장의 규정에 따른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은 자 또는 받으려는 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원을 제한하거나 이미 지원된 것을 반환하도록 명할 수 있다. ② 노동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이에 추가하여 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금액에 상당하는 액수 이하의 금액을 징수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 제2조제1호의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실시하는 자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16조제5항 제1호 및 제25조제4항 제1호를 준용한다. <구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56조 ② 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제1항 각 호의 지원금, 장려금이나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받거나 받으려 한 자에 대하여는 지원금, 장려금 또는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받은 날이나 지급 신청을 한 날부터 1년 동안 지원금, 장려금 또는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하며, 노동부장관은 지급제한기간에 지급된 지원금, 장려금 또는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에 대하여는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신 고용보험법> 제35조(부정행위에 따른 지원의 제한 등) ①고용노동부장관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장의 규정에 따른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은 자 또는 받으려는 자에게는 해당 지원금 중 지급되지 아니한 금액 또는 지급받으려는 지원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1년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금의 지급을 제한하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받은 금액을 반환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2015. 1. 20. 법률 제13041호에 의하여 2013. 8. 29. 위헌 결정된 제35조제1항을 개정함] <헌법재판소 판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지원금의 부당수령자에 대한 제재의 목적으로 ‘이미 지원된 것의 반환’과는 별도로 ‘지원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 제한에 대하여 제한의 범위나 기간 등에 관하여 기본적 사항도 법률에 규정하지 아니한 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 2013. 8. 29. 선고 2011헌바390 전원재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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